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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연구결과보고서 발간 안내(15) 


● 보고서명 :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선방안 연구- 공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 연구자 : 정창률(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김진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복지                  위원장), 우태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기획위원)


1. 연구 배경 및 목적

성과연봉제의 광풍은 촛불을 끄지 못했고 정권교체와 함께 삽시간에 사그라졌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폐지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간 누구를 위하여 그리고 무엇을 위하여 우리사회가 그렇게 심각한 갈등과 고통을 치러야 했는지 허망함이 밀려들 정도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시도는 향후 공공기관 임금관리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간부직 이하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상당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ㆍ충돌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처우수준이 하락하지 않도록 보완조치 마련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측이 취업규칙을 바꿔서 기존 근로조건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바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성과연봉제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 체계에 비해 증가했다 하더라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절차를 따라야 한다.”라고 판결하였다(2016가합566509). 성과연봉제 도입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밀어붙일 당시에는 설령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성과연봉제의 법률적 효력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하지만 관련 판결은 이러한 법해석이 소수설에 지나지 않음을 확정하였고, 이를 통하여 우리사회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분명해졌다.


둘째, 임금체계 개편의 둘러싼 노사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을 감안하여 ①현실적·②점진적·③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우리사회는 임금체계 개편을 단견주의(short-termism) 입장에서 다소 안이하게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였다.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관련 법·제도를 노사 간 합의에 의해서 변경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체념적’ 인식에 따라 가급적 단시간에 속전속결 방식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적 노사관계의 역사, 지형, 특성 또는 갈등양상 등과는 무관하게 임금체계 개편은 본래의 속성상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인내와 끈기는 필수이다. 우리보다 합리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나 성숙된 노사관계를 형성한 국가들에서도 임금체계 개편은 장기적인 이슈이다. 영국의 국가의료보건국(National Health System, NHS)은 임금체계 개편을 완료하는데 총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국내에 자주 소개되는 독일 바덴-뷔르덴베르크 금속노조의 신임금기본협약(ERA)의 경우에도 거의 1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정승국, 2010). 이에 반하여 2016년도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는 새로운 안이 발표되고 1년 안에 도입완료를 목표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할 때 2016년도에 우리 사회가 겪은 갈등과 고통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직무중심의 임금관리 간에는 간극이 크다. 단 한 번의 발본색원적인 개혁을 통하여 임금체계 개편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도전이다. 현실적인 제약요소를 감안하여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 후 장기적 플랜에 따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세 번째 교훈은 공공기관 임금관리가 진일보하여 안정성·공정성·효율성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성과주의 보상원리에 입각한 개혁 시도는 언제든 또다시 개혁 아젠다로 던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연봉제는 단일한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학계 및 실무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인식, 믿음 또는 확신에 기초한 정책적 결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IMF이후 고령화·저성장, 글로벌 경쟁, 불확실성 증대 등의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직면하자 민간부문에서는 노동 유연성 강화를 목표로 기존의 인사 및 조직관리에 다양한 형태의 유연화 전략을 개념화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자 일반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수량적

유연성

고용 유연성

근로자 수, 근로시간 등 노동투입량이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정도 등

임금 유연성

임금이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정도 등

기능적 유연성

교육훈련, 인력재배치, 및 조직 개편 등 기업 내부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제고

민간부문의 변화에 조응하여 공공부문에서는 성과와 경쟁을 강조하는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에 기초하여 기존의 위계적이고 획일적인 관료문화에 익숙한 공공기관 조직에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한 경쟁지향, 성과지향, 고객지향 조직문화를 확산하고자 일련의 공공부문 개혁을 시도해 왔다(홍준형, 1999; 김훈 et al., 2004).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임금유연성’, ‘성과주의 보상체계 확립’이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실행방안의 하나였고 이를 위하여 지난 정부는 취업규칙변경 요건완화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노동 유연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긴 시간동안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정부나 재계에서 왜 그렇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정치적 자산을 쏟았는지 짐작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공공기관 임금관리가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에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성과연봉제는 언제든 다시 출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시도는 이행방식뿐만 아니라 개편내용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하여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임금체계가 얼마나 공정한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임금체계의 목표가 일관된 기준과 원칙에 따라 근로자간 임금을 차등하여 임금배분에 관한 근로자들의 인지적 공정성 또는 형평성을 제고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즉, 내부적 일관성(internal consistency)을 유지하여 임금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 임금체계의 본원적 목표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편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여서 기관 간의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나 기관 내 구성원 간 임금격차의 정도나 발생원인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임금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일반적인 기준과 원칙은 무엇인가? 임금의 공정성에 대한 규범적 판단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주동률, 2014; 홍민기, 2015). 임금 공정성의 제 1원칙은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이하 동노동임)’이다. 담당업무의 내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가치가 동일하다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는 임금에 관한 평등권 혹은 균등처우에 관한 원리로 이해된다. 쉽게 말해 누가 그 일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임금을 달리 지급해서는 안 되고, 담당업무의 특성에 따라 임금을 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원리에 따르면 담당업무의 가치가 동일하다면, 성별은 물론이고 나이, 학력 그리고 고용형태 등의 속인적 요소에 따라서 차별적인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임금 공정성의 제 2원칙은 ‘응분의 원리’(equity)로서 개인의 기여분에 따라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을 지급해야함을 의미한다(홍민기, 2015). 간단히 말해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가 좋으면 그에 상응하여 임금을 더 받고, 노력하지 않거나 성과가 나쁘면 그 만큼 임금을 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력-성과-보상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효율성 또는 동기부여를 제고하겠다는 성과주의 보상방식은 응분의 원리를 충족하기 위한 인사관리적 시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성과주의 보상방식은 임금 공정성의 하위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다. 단,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영역에서의 성과에 대한 접근방식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서의 성과의 대한 접근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할 것이다.


임금 공정성 논의에서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제 1원칙이 제 2원칙보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 1원칙은 임금배분방식을 설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사전적인’ 기준이라면, 제 2원칙은 업무성과를 반영한 ‘사후적인’ 조정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즉, 제 1원칙에 따라 임금배분의 기본 틀이 정해진 이후, 배분된 임금을 제 2원칙에 따라(실제 업무성과에 따라) 조정하게 되기 때문에 제 1원칙이 바로서지 않은 상황에서 제 2원칙을 강조하는 시도는 선후관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간 정부가 주도해 왔던 임금체계 개편은 전체적으로 임금 공정성 제 1원칙보다 제 2원칙에 초점을 맞추었다는데 그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의 관점에서 설문조사와 사례연구를 통하여 공공부문 임금체계의 실태를 파악하고,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개편방향을 모색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