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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연구결과보고서 발간 안내(13) 


● 보고서명 :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 연구- 한국노총 안산 금속노조 중심으로 -

● 연구자 : 정창률(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김진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복지                  위원장), 우태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기획위원)


한국사회는 (권력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노동과 자본이 각각의 소득을 놓고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한국사회의 노동과 자본간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진보개혁세력에서는 그동안 이 불평등한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기를 다소 완만하게 하는 조치들, 즉 재분배정책을 더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최저임금 상승 및 생활임금제 확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 등은 사실상 노동조합이라는 사회적 행위자에게 우호적인,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들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9년여의 보수정부에서와는 다르게 현 정부의 정책기조 하에서는 노동-자본간 소득의 각축전에서 ‘노동’축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울기를 조정하여 노동소득의 총량을 높이기 위한 여러 조치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노동조합에게는 앞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정책 또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사회정책의 여러 분야도 정책의 내용이 질적으로 변화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였다. 대표적으로 2013년 공무원연금개혁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개혁과정에서는 제도와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서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명과 협상과정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공적연금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에 대해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켜나갈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공적연금이 주요쟁점으로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기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 바 있다. 이처럼 정책의 질적 변화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이를 고려하여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서술한 바처럼 정부가 시행하는 대부분의 사회정책은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며, 설계된 정책이 대중에게는 하나의 신호(signal)로 작용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그동안 이러한 과정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설계 및 이행, 개편에 힘써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정책들이 이러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퇴직급여이다. 퇴직급여는 사실 한국에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여러 법적 급여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재 퇴직급여는 본래의 기능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되어온 제도이다. 한국에서는 본래 퇴직금은 기업의 노무관리 측면에서 우수한 인재를 장기보유하기 위해 퇴직시 상당한 수준의 일시금 형태의 급여로 지급하던 것이다. 하지만 2005년 통과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통해 연금화(annuity)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여 노후소득보장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시행된 지 12년이 지나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본래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도록 제도가 발전해왔는가? 이에 대한 연구진은 ‘퇴직급여제도는 여전히 본래 법제도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145조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이 적립되어 운영되고 있음에도, 전체 근로자 중에서도 가입률은 50%밖에 되지 않으며 사업장 기준 도입률은 26.9%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연금화가 되는 비율은 매우 낮고 반대로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아가는 사람은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퇴직급여제도를 둘러싼 주요행위자들, 즉 노사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노동자는 실제로 퇴직급여의 ‘주인’이지만 임금과 고용조건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단위사업장 및 산별연맹, 총연맹이라는 노동조합의 전 차원을 통틀어서라도 퇴직급여에 대한 정책적 대안마련에 대한 노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매우 소홀하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용자도 단순히 노무관리의 차원에서 기술적·재정적 요소들만 고려할뿐 제도의 바람직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게다가 제도설계내용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국가가 크게 개입할 여지가 없게끔 되어있어 결국 금융업계의 이해만을 반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구 복지국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퇴직급여는 본래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때 그 산업적 특징으로 인해 퇴직(retirement)이라는 ‘만들어진 관행’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퇴직은 인간 개인에게는 소득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위험(social risk) 중 하나였고, 이러한 사회적 위험은 한 개인이 온전하게 부담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개인이 어찌 대처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안녕(well-being)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과거 복지국가에서 오랜 기간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노동자를 위한 퇴직급여제도였다. 노동조합이 스스로 나서 금고 형태로 사업장별 / 지역별 / 산업별로 금고를 설치하여 조합원들에게 일정기여금액을 갹출하고, 퇴직하는 등의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때마다 일정정도 급여를 챙겨준 것이 오랜 기간 동안 발전해온 것이다. 서구 복지국가의 연금제도가 그러한 역사적 경로에 의해서 발달되어 왔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나서서 제대로 된 제도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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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은 압축적 성장을 바탕으로 급속한 산업사회형성이라는 경로를 거쳐왔기에 노동조합이 노동자를 위해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할 역량을 기르는 틈이 부족하였고, 그러다보니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형성해줄 수밖에 없었기에 정책 자체가 현장과는 괴리된 상태로 허술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변명할 여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노동조합이 가질 수 있는 힘 중 하나는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social risk)을 집단주의적인 방식으로 그 위험을 충분히 분산시키는 것이고, 그 힘이 곧 노동자에게는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이 된다. 노동자 개개인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는 조치 중의 하나로서, 그리고 사용자가 기여하지만 결국 그 주인이 노동자인 퇴직급여제도에 대해서 노동조합 스스로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정 정책에 관련된 행위자의 관심도 제고 및 올바른 개혁방향 설정이라는 측면과는 별개로, 정책을 변화시키는 흐름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종의 모멘텀이다. 


 어떤 정책도 그냥 만들어지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만들어내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특정한 국면이 생기게 되고, 그 국면에서 그동안 어떤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오고갔는지를 고찰하게 되고, 앞으로 예상되는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가면서 정책은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된 정책은 행위자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동조합은 이 과정에서 모든 영향을 미쳐야 한다. 특히 정책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을 위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갖는다면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진은 노동조합의 퇴직급여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각각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형 퇴직연금의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고 곧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에서는 연합형 기금제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구성되어 있어 나름 중규모 이상의 퇴직급여기금을 설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회구조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본 연구진의 해답은 노동조합 스스로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노동조합 내 조합원들이 겪는 퇴직연금관련 실태를 확인하고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논의하여 그 경험을 축적시켜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만 추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지렛대 삼아 더욱 노동조합에 친화적인 퇴직급여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과정이 가능하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 한국 노동조합의 오래된 꿈 중 하나인 ‘산별기금’ 설치까지도 조심스레 전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보고서는 노동조합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고,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우선 본문을 크게 두 가지로 구성하였다. 하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제도적인 내용과 핵심 쟁점들을 다루는 것을 담았다. 이 장에서는 기업연금제도의 기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지배구조로서의 기금형 제도에 대한 이해, 다층노후소득보장 체계 속에서 기금형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 한 부분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앞서 ‘노동조합은 충분히 준비된 상황인가’를 진단하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이 장에서는 한국노총 산하 단위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과 관련된 현황 중심의 질문들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현재 노동의 현장에서 퇴직급여제도가 실제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논의를 담았다. 물론 실태파악 정도의 거친 수준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이기에 깊은 부분까지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에서 총연맹 단위에서 퇴직연금이라는 단일한 이슈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자체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자평한다.


추가적으로, 부록으로는 해외전문가에게 관련내용을 질의하여 받은 원고를 일부 발췌하여 실었다. 오스트리아 Marta Glowacka 교수는 기업연금의 거버넌스 관련 전문가로 특히 바람직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조언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장에서는 본 연구를 통해 향후 노동조합의 역할과 퇴직연금제도를 사회적 임금 확대 전략 중 하나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