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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직무급제, 성별 임금격차 완화할 수 있을까(2022.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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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매일노동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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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분류된다. 남성이 월평균 100만원의 임금을 받으면 여성은 68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해 직무급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직무급제가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한 ‘공정한 임금’이라 판단한 것이다. 물론 출산과 양육부담 때문에 경력단절이 빈번한 여성들에게는 개인의 장기근속 여부에 따라 연공혜택이 차별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호봉제가 일부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미 직무급제가 정착된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직무급제가 반드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과거 여성계 등에서 제기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벗어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문헌을 통해 연공급제는 성과와 보상이 일치하지 않아 노동자 동기부여가 저하되고, 생산성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여러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2010년 중반 이후부터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과 연공급제 대안으로 직무급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직무급제는 연령이나 근속·학력과 같은 속인적 기준이 아닌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 즉 속직적 기준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임금체계다. 상대적으로 차별 소지가 적고 공정한 대우를 통해 성별 임금격차를 포함한 임금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아 왔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합리적 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개편안에 직무급제가 포함돼 있었으며, 문재인 정부도 직무와 ‘능력’에 따라 보상받고, 노력·성과·보상 간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공정임금을 추진했다. 이처럼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표면에 내세우며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임금억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성과주의 임금제도 도입과 임금차등 합리화 등이 숨어 있다. 노동조합이 직무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부터 이어져 온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로 명명돼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만약 중앙정부 차원의 직무급제가 성평등한 임금체계를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면, 모순되게도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 여성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해체를 공약함과 동시에 여성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가 된다. 이는 직무급제의 제1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보다 제2원칙 ‘응분의 원리’(equity)로서 개인의 기여분에 따라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 기획재정부 지침에서 확인했듯이 성과주의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도입·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성차별적 성과평가가 만연한 현실에서, 제2원칙 중심의 직무급제가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실시한다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직무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여성이 어떠한 직무에 위치하는가다. 직무급제 찬성론자는 직무의 가치를 분석하고 등급에 따라 공정하게 임금차등을 두자고 주장하는데, 어떤 직무의 가치가 높게 매겨질지는 너무나 뻔하다. 사용자와 관리자,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부서와 직무 등이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육체 노동자와 단순 사무업무 및 주변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직무가치는 낮게 평가될 것이다. 대기업과 영세사업장 간의 직무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럼 여성이 노동시장 내 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이중노동시장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 직장 내 핵심부서와 직무에 주로 어떤 성별이 포진하고 있는지를 떠올려 보면 답은 간단하다.
직무급제가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직무를 맡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9년 한국노총 조합원 2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부서 및 직무에 남성이 배치되고 있다는 응답이 무려 70%에 달한다. 또한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로 남성보다 더 낮은 고과평가를 받는 등 여성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현실에서 제2원칙에 무게중심을 둔 현재의 직무급제가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란 어렵다. 직무급제가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금체계 개편만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직무’에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해체해야 할 것이다. 즉 임금체계를 특정한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성평등한 임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본질은 평가절하되고 있는 여성노동의 가치 회복이며, 이중노동시장과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해체하기 위한 대응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 뒤에 직무가치 평가과정에서 개입될 수 있는 차별요인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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