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의 양적 증감은 미미하지만 직업 변화·일자리 이동의 변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의 양적·질적 향상 잠재력이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참여하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050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자리 전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장 단위는 미래협약 맺어 준비,
총연맹은 중앙 사회적 대화 성사해야”

첫 발제를 맡은 이문호 워크인연구소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연관된 산업유형을 퇴장산업·변신산업·성장산업 세 가지로 나눠 고용의 양과 지역적 영향을 살폈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사라지는 산업인 퇴장산업은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차를, 생산방식이 변하는 변신사업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를, 발전하는 산업은 신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기후친화적 모빌리티 산업을 꼽았다. 이 소장은 전통적으로 고용보장과 복지를 중시하는 노조는 주로 퇴장산업 문제에 대응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계획에 따라 2050년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면 5개 공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2만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 소장은 “전환배치나 직무이동과 같은 출구전략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영향을 받는 지역의 산업전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 지원 수당을 강구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같은 재료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탄소 배출량의 76%를 차지한다. 고용인원은 21만2천명으로 퇴장산업의 2배 수준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지금과 같은 생산방식을 바꾸지 못하면 퇴장산업보다 더 큰 고용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이 소장은 “설비 개조 비용의 지원책이 없으면 재료산업 변신의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생산방식 변신을 확실히 추진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재료산업 분야 사회적 정책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산업을 포괄하면 기후위기 대응으로 고용이 감소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문호 소장은 “고용의 양적 증감보다는 직업적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직업교육제도와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자동으로 되지는 않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조의 개입과 신산업에 대한 조직화 등 노조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총연맹은 중앙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가고, 산업전환으로 산업·지역별로는 큰 변화가 동반하기 때문에 지역 차원의 대응도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업장 단위에서는 노사가 미래협약을 맺어 탄소중립 시대의 비전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을 유도하자고 제시했다.

지자체 탄소중립기본조례 살펴봤더니
‘불평등 해소’ 언급, 한 곳도 없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지역이나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취약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일컫는다.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준비 수준을 조례를 통해 살펴봤더니 상당수 지자체가 정의로운 전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탄소중립기본조례를 제정한 곳은 13곳, 입법예고한 곳은 2곳이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제정 계획도 없다. 조례 목적이 “불평등 해소”를 명시한 조례는 하나도 없었고, 기본원칙으로 ‘기후정의’를 명시한 곳은 2곳에 그쳤다. 정의로운 전환을 명시한 곳은 10곳이지만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구성시 노동자 등 사회계층 대표성을 명시한 지자체는 3곳(충북·부산·대전)뿐이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한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대다수 광역지자체 조례에 정의로운 전환 관련 원칙과 내용이 없고, 주요 의사결정기구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하고 있다”며 “노동자 참여 없는 정의로운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추진과 정의로운 전환 구현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 부원장은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논의하는 기구에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확대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탄소중립녹생성장위에 노동자 대표 참여 확대와 업종별 협의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지역 탄소중립위에도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