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를 특징 짓는 ‘메가 트렌드’ 중 하나는 디지털 상호작용을 통한 생산과 소비, 협업 및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경제의 성장을 들 수 있다. 빠른 성장세의 배경에는 전일제 노동이 불가능한 노동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이나 가족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 그리고 성별·연령·교육수준 등 오프라인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노동자에게 정당한 유급노동 참여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 등이 자리한다. 또한 기술발전으로 인해 플랫폼이 기존 일자리에 쉽고 빠르게 접목되는 플랫폼화가 수월해지고,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며 유동적으로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는 이윤 극대화 전략 차원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위해 플랫폼 경제로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초기 운송서비스를 중심으로 편재돼 있던 플랫폼노동의 영역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고, 플랫폼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우 심각한 문제를 지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체로 노동자 보호가 강력한 국가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과 권리, 노동조건이 위협을 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노동자와 자영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노동법과 사회보험법 등 보호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회색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을 자격이 없고, 플랫폼의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며,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주된 논의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여부가 차지하고 있으며, 플랫폼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얼마나 통제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가 주요 논쟁거리로 대두되고, 일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등 플랫폼의 사용자성 압력은 높아짐에 따라 플랫폼 자본의 사용자성을 회피하는 방식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자 통제’를 들 수 있다. 즉 알고리즘은 이윤 극대화와 효율성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이나, 그 이면에는 노동자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알고리즘은 보편적으로 자료(고객과 플랫폼 노동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미리 정해 둔 규칙과 명령, 일련의 절차에 따라 자료를 처리하고 결과를 출력(일거리의 배정 및 배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한 고객과 노동자의 연결은 빅데이터와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매우 객관적으로 편향되지 않으며 공정한 절차의 결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알고리즘이 편향적이고 차별적이며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유럽연합·미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 결과 알고리즘 규제 관련 법·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의 알고리즘 규제에 관한 논의도 미흡한 가운데 현장의 플랫폼 노동자는 알고리즘이 노동자를 통제하고 더 높은 노동강도에 직면하도록 만들고 있음을 호소한다.
실제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올해 플랫폼 노동자 600명을 대상으로 알고리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알고리즘이 내리는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통제했다. 무려 70%에 달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일정 시간 앱상에 보이지 않는 일거리 제한을 당하거나, 일정 시간 앱에 접속이 불가하며, 심한 경우 계정 영구정지(해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볼 때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통해 얼마나 노동자를 통제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의 플랫폼노동은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과업을 선택해 수행하는 자율배정 방식이 주된 형태였다. 자율배정 노동자는 보수 대비 노동강도가 높은 과업을 선택하고 수행할 유인이 낮으므로 플랫폼은 기피 과업에 더 높은 보수를 책정했으며, 이제는 알고리즘에 따라 노동자에게 노동강도가 높은 기피 과업을 강제수행하도록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즉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하는 직고용을 회피하고, 강도 높은 기피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노동자 통제의 수단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은 강제배정이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경제적 개선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보면 강제배정은 자율배정보다 평균적으로 26.4%포인트 시간이 더 소요되고, 기피 과업에 드는 시간이 길다 보니 월평균 수입은 오히려 강제배정을 수행하는 노동자가 자율배정 노동자보다 낮다. 이처럼 알고리즘에 의한 강제배정은 플랫폼 노동자의 경제적인 측면과 노동강도의 측면에서 어떠한 이점도 없이, 오로지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플랫폼의 흐름은 강제배정에 더 많은 일거리를 부여하거나 계약시 강제배정만 가능하도록 설계하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알고리즘을 여전히 성역으로 여기는 지금의 현실이 회색지대 노동자의 취약성을 가속할 우려가 매우 크다.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 제정이 시급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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