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ESG), 즉 L-ESG가 국내에서 자리 잡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국제적인 노동지표를 반영해 노동관점에서 ESG 평가기준 정립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국내 노사정이 ‘최대공약수’로서 구체적인 L-ESG 개념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노동기준 근거 ESG 평가지표 구축하자”

L-ESG평가연구원(원장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L-ESG 구축의 과제와 방안’ 주제로 3월 포럼을 개최했다. 박승흡 상임이사 사회로 진행한 이날 포럼에서 김성희 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노동기준과 가치의 준수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 장기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장려의 중심요소”라며 “하지만 한국의 ESG 논의는 국제적인 규준에 비해 허술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관점의 ESG 평가기준과 틀을 국제노동가치지표에 근거해 구축하고 세부평가 지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 ESG 논의에서 노동관점이 경시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마련된 L-ESG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김 원장은 “노동관점이 투영된 L-ESG의 개념을 제도화 지체와 왜곡, 노동시장 불평등 만연 같은 한국 노사관계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수는 없겠는가”라며 “노사정 동상이몽을 해결할 최대공약수로서 ESG, 그리고 좀 더 명료하고 구체적인 L-ESG 개념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총연맹·산별 ‘노조의 사회적 책임’ 나서야”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과)는 주제발표에서 기금활동을 중심으로 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살펴보고 노조활동과 ESG와의 접점을 모색했다.

정 교수는 희망씨,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산업공익재단, 우분투재단, 부산형 사회연대기금, 노동공제연합 풀빵, 안산사회적고용기금을 비교·분석하면서 “노조는 임단협 투쟁에 매몰돼 노조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노조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으로 각 노조가 처한 사업장 인근 지역적 연대 차원을 넘어 산업적·전국적으로 사회적 연대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와 총연맹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총연맹의 경우 선언과 강령, 사업계획에 사회적 책임 노선에 대한 과감한 실천의지를 담아 매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표하고 평가·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런 선순환 구조가 확보되면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보수 정부나 사용자단체의 반노조주의를 줄이는 데도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스스로 지속 위해 ESG 접근해야”

토론자들도 L-ESG 접근방안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김기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SG는 기업이 스스로를 위해 했듯이 노동관점에서 왜 ESG를 말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노조도 스스로를 위해, 노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동자의 권익신장을 위한 문제의식에서 ESG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ESG 논의는 실제 기업단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ESG는 일터혁신 같이 접근해야 한다”며 “기존에는 기업이 양적으로 노동자를 쥐어짰지만 이제는 투자를 받으려면 노사관계와 노동자 대우가 좋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마다 핵심적 노동문제와 거버넌스가 다른 만큼 조직 자체가 체질개선이 되도록 하고 내재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권 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결국 L-ESG를 통해 거대한 사회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호응을 얻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