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동약자 지원정책은 근로자이음센터 운영, 노동공제회 설치 지원,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마련 정책으로 압축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래 해야 했던 취약노동자 지원 사업이거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정책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전국에 근로자이음센터 6곳을 신설했다. 취약노동자의 노동법률 상담과 노동법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해 온 노동센터의 역할과 동일하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취약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항상적으로 필요한 사업인데, 조직노동과 구분해 사업을 실시하면서 우리(정부)도 무언가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알리바이성 정책”이라며 “기존에 지방자치단체가 노동센터를 위탁 운영 해오면서 법률·교육상담, 다양한 소모임을 지원해 왔고 조직화 시도도 이어졌다”며 지적했다.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상이 그려지진 않은 상태다. 노동부는 기존에 설립된 공제회를 지원할지, 공제회 신규 설립시 지원할지와 같은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프리랜서와 같은 취약노동자에게 공제회는 사회안전망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미가 없진 않다.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경우) 은퇴 후 노후생활 보장 장치가 없다”며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자리 잡기 전에 공제회가 빈틈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할 순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넘어서 사회보장제 전반에 이들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표준계약서 확대는 기존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인데, 만드는 것보다 현장에서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32조는 생화물류서비스사업자와 택배노동자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성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길 권고하는데, 이를 쓰지 않아도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다. 쿠팡 특수고용 택배노동자 퀵플렉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표준계약서에는 배송구역을 명시하게 돼 있지만 쿠팡로지스틱스는 지키지 않고 있어 (현장노동자의) 상시적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토부에 여러 차례 개선 요청을 하고 관리·감독을 촉구했지만 단 한 번도 현장에 찾아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노동약자로 분류된다.

황선자 한국노총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문제의 원인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인데 파편적인 정책을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의 범위를 확대하는 모든 사람이 근로기준법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거나, 어렵다면 새로운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