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4 제2차 사회대전환포럼’이 ‘복합위기 시대, 경제력 집중과 산업공동화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사회대전환포럼은 지난 7월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저출산과 인구 절벽, 그리고 산업 양극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정재계가 모인 연대기구다. 이번 2차 포럼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황과 산업 공동화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과 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복합 위기 시대, 대기업의 독점이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현실 속에서, 대기업 독점 규제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임문호 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자동차 부품산업 관련 연구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산업 전환과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주제로 첫 번째 기조발제자로 나선 박상인 교수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위기와 관련해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의 고도화가 멈춘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주요 산업군의 R&D 투자가 부족하고, 부품산업의 구조가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문호 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이중 전환(디지털화와 탈탄소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를 언급하며 “현대차 그룹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 부품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특히 전기차 전환이 부품업체들에게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독점과 산업 생태계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플랫폼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업 전환의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의 영향으로 고용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병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자동차 부품업계는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과 임금 하락의 위험이 크다”며, “부품업체들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친환경 부품 생산으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청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부품업체들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동호 한국지엠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정부와 대기업이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중소 정비업체의 기술 전환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위원장은 “산업 전환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