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DMIN
연구원소개 토론회 연구보고서 노동N이슈 e뉴스레터 자료실 자유게시판 관련사이트

 제 목 : 노조의 탈을 쓴 어용노조들(2022.10.25)  
이 름 : 매일노동뉴스
내 용
올해 A기업 노사는 임금 6% 인상을, B기업 노사는 4.7% 인상을 합의했다. 두 기업 모두 지난 10년간 가장 큰 임금인상률이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우리나라 물가인상률이 6%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국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직접 나서서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소위 절친인 A기업과 B기업은 경제부총리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또 다른 C기업이 등장한다. 최근 C기업은 임금교섭을 위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합원들은 ‘최소 7% 임금인상’을 원했다. C기업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9%’ 인상안을 제시했다. 올해 초 노사는 주택자금 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면서 금리는 1.8% 수준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서민들은 시중 대출금리가 8%라고 아우성인데 말이다. 그런데 정작 C기업은 정부의 말처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떠들었고, 공공기관 사내 복지가 너무 과도하다고 비판한 전력이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면 직원 연봉을 1천만원 올린 대기업들이 지나치다고 하거나, 공무원·은행원이 7%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집단 이기심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1% 금리로 1억~2억원 대출해 주는 것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장에서 밝히고 있는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사람을 노조에 참여시키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법 조항처럼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고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노조가 사용자와 협력해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면 그런 노조는 어용노조가 된다. 사전적으로 어용노조는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처우개선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노조’를 말한다. 예로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면 사측이 미리 알고 노동자들을 섭외해 위원장을 임명하고 조합원들을 가입시켜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방해한다. 이런 방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주특기였고 어용노조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실행해 왔다.

어용노조와 구별해야 할 것이 기업별노조다. 어용노조의 영문은 company union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 사전은 company union에 대해 ‘사용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영향력을 받으며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노동자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기업별노조는 corporate union로 표기하며 ‘동일한 기업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사용자에 대해 독립적’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 군사정부시대부터 기업별노조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산별노조·일반노조·직종별노조 같은 초기업노조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기업별노조 체제다. 노조가 처음 생겨난 서유럽은 기업이나 사업장을 뛰어넘어 노동자가 연대해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추진하고 사측과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별노조 체제가 아니라 산별노조 체제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어용성을 벗어나고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가 더 바람직하다. 산별노조의 가장 큰 열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이다. 그래서 서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서 서유럽 시각으로 보면 기업별노조 체제를 가진 우리나라는 어용노조가 수두룩하다고 볼지 모른다.

앞에서 언급한 A기업은 중앙일보, B기업은 동아일보, C기업은 조선일보다. 이들 기업에도 노조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엄연한 사실이다. 언론사들이 노조에 대해 허위·왜곡·거짓 보도하면 노조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노조가 우리나라 전체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반론 또는 손해배상을 신청한 건수는 총 296건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선미디어그룹 소속 언론사(조선일보·조선닷컴·조선비즈·TV조선 등)가 73건(24.7%)으로 가장 많고, 동아미디어그룹(동아일보·동아닷컴·채널A 등)이 14건, 중앙미디어그룹(중앙일보·JTBC 등)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개별 언론사로는 조선일보가 28건으로 압도적 1위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기업 부담을 주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폐지, 비정규직 활용 극대화, 쉬운 해고,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노조의 파업 반대 등 반노동적 보도와 사설은 차고 넘친다. 많은 기업들은 기업 친화적이고 반노동자 정책을 옹호하는 이들 언론사에 광고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 광고수익으로 조·중·동 노조는 높은 임금과 좋은 복지를 보장받고 향유한다. 사용자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보다는 오히려 사용자와 협력해 달콤한 열매를 따 먹는 재미에 빠져 있다. 어용노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 이상 노조란 단어를 사용해 애먼 노조를 욕되게 하지 말고 이익단체 혹은 노사협의회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이들 언론사 어용노조가 약자를 보호하고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공정하고 윤리적인 저널리즘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wadrgon@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