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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노(勞)를 혐오하고 부정하는 노동부 장관  
이 름 : 매일노동뉴스
내 용
작고 왜소했지만 다부져 보였다. 악수한 손은 따뜻했다. 몇 년 전 필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었던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다. 사무총장이던 그분은 어느새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으로 불린다. 이정식 장관은 30여년간 한국노총에서 정책본부장·사무처장·중앙연구원장 등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또한 노사정 전문위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력만 보면 노동 정체성을 가진 노동전문가가 확실하다.

노동전문가로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이 됐다.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중 최대 이변이자 잘된 인사로 평가했다. 노동계는 크게 기대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더 고무적이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장관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양대 노총을 선택했다. 장관은 노동계 의견을 청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노동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노동계와 약속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그간 행보를 보면 과연 노동계 출신 장관인지 의심스럽다. 첫 작품은 현행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의 경직성을 들먹이며 꺼내든 노동시간 유연화였다. 노동계 목소리를 외면한 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이용해 주 69시간(주 최대 80.5시간)이 가능한 장시간 노동을 추진했다. 여론 악화로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 말했고 노동부 장관은 굴욕을 맛봤다. 두 번째 작품은 무자비한 화물연대 파업 진압이다. 2022년 6월 정부와 여당은 노조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및 품목 확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화물연대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을 무력화했다. 노정 갈등이 최악일 때 노동부 장관은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작품은 건설노조에 대한 노조활동 불법화와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이다. 정부의 ‘건폭’ 몰이 수색으로 건설노동자가 분신했고 30명이 넘게 구속됐다. 네 번째 작품은 돈으로 노조 옥죄기다. 이 작품은 노조탄압을 위한 창의적이고 ‘신박’한 역대급 발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회계 감사를 명분으로 노조에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했고 양대 노총이 이를 거부하자 정부의 모든 보조금 사업에서 노총을 배제했다. 거기에 총연맹-산별연맹-지부 중 한 조직이라도 회계 공시를 거부하면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게 ‘노조 연좌제’도 실시했다. 다섯 번째 작품으로 경찰의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인권유린 폭력연행 사태다. 그러나 노동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대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강조했다. 여섯 번째 작품은 내년 예산에 ‘노조’ 관련 사업 예산의 일부 혹은 전액 삭감이다. 노사단체지원사업, 지역노사민정협의회사업, 노사파트너십프로그램사업, 노사상생형일자리사업 등 ‘노(勞)’자만 들어가면 여지없다.

노동부 장관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평가를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기간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음을 덧붙였다. 백번 옳고 지당한 말씀이다. 사람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도, 태도도, 생각도 바뀔 수 있다. 그것을 누구보다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이정식 장관 자신이다. 한국노총 출신으로 노동 정체성을 가진 전문가가 권력의 맛을 보면 어떻게 생각이 바뀌고, 태도가 변하며,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지 1년 반 동안 우리는 충분히, 그리고 분명히 확인했다.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PK)에서 콧방귀나 뀐다는 지역 유지들이 복어 맛집인 ‘초원복국’ 식당에 모였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며 공안검찰로 호의호식하던 김기춘이 마련한 자리이다. 복국을 먹으며 김기춘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 덕분인지 권력에 눈이 멀어 군사정권과 손잡은 김영삼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언젠가 이정식 장관도 더 높은 자리, 더 강한 권력을 찾아 나설지 모른다. 그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노동계에 손길을 내밀 것이다. 노동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손을 덥석 잡는다면 노동계는 배알이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더욱 더 그렇다. 오죽하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이정식 장관을 한국노총 족보에서 파야 한다고 했을까! 1970년 11월 노동자 권리를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국정감사장에서 노동 가치에 어긋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정식 장관이 오버랩 된다. 이정식 장관이 노동자와 노조를 혐오하고 부정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 드는 걸까.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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