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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정치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이 름 : 매일노동뉴스
내 용
그날의 비극은 사측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에서 시작됐다. 2002년 한진중공업은 1조6천억원의 매출과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650명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고 파업으로 대응했다.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사측은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약 7억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던 김주익도 손배·가압류 대상에 포함됐다. 김주익은 곧바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펼쳤다. 한진중공업은 7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손해배상 금액을 올렸다. 2003년 10월 청명한 가을 하늘을 뒤로 하고 김주익은 고공농성 129일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크레인 위에는 아빠와 같이 운동회·학예회를 하고 싶다던 초등학생 딸의 편지를 남겨두었다.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는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그 가족들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했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사측의 손배·가압류는 나쁜 법의 대명사이며 사라져야 할 법이다.

2023년 11월9일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까지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은 투표 전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국회의원들이 주도했다.

이번에 통과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별명은 ‘노란봉투법’이다. 2014년 법원이 정리해고에 반대해 파업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모아 노조에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이제 사측은 노동자에게 함부로 손배·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고,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직들도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게 됐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양대 노총은 취약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고, 손배·가압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노사갈등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환영했다. 반면 경총을 포함해 경제 6단체는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이다. 노동부 장관은 노조가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산업현장이 초토화돼 일자리가 사라지며, 국가 경쟁력은 추락할 거라고 평가했다. 경제 6단체와 노동부 장관의 말이 동일하다. 노동부 장관이 아니라 사용부 장관이라고 부처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이미 한국 정부에 하청노동자와 파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보호를 강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 대법원은 공장 점거 등 불법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행위를 따져 그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청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란봉투법은 진작에 시행됐어야 할 법이다.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번 노란봉투법은 20년 넘게 손해배상 및 가압류에 시달린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다. 또한 노동자이면서 노동 3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생과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자기 부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거부권이 아니라 법 통과를 환영해야 할 일이다. 개정 노조법 공포와 시행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1970년 11월13일 자기 몸을 불태우며 노동자 권리보장을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꿈이 노란봉투법에 그대로 녹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을 거부할 권리도, 명분도 없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wadrgon@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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