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제조사업장에서 정규직은 감소하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노동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등 미래차 공정에 비정규직이 더 많이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부품 분야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조 참여와 정부·기업·산업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규직은 감소, 비정규직은 증가

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자동차부품산업의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구원은 금속노련 산하 자동차 부품사 노조 190곳 중 81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자동차 부품사 현황, 산업 구조변화의 영향, 회사와 노조의 대응 실태·인식 정도를 살폈다.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에 따른 기업 매출 변화를 살피기 위해 감소부품군(동력발생장치·동력전달장치), 유지부품군(보디·제동장치·현가장치·조향장치·의장), 확대부품군(전기장치)으로 분류해 해당 분야의 일자리 변동 등 실태를 점검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고용 변화를 살펴봤더니 정규직은 감소하고 직접·간접 고용 비정규직은 증가했다. 정규직 고용은 응답 노조의 45.7%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증가했다는 답변은 24.7%에 그쳤다. 반면 기간제·계약직·시간제가 증가했다는 답변은 44.2%로 감소했다는 답변(15.4%)의 3배에 이르렀다. 사내하청·협력업체 고용이 증가했다는 답변도 46.8%로 감소했다는 답변(14.9%)보다 월등히 많았다.

정규직은 감소부품군과 유지부품군에서 감소세가 확인됐다. 기간제·계약직·시간제는 유지부품군에서는 증가했고 확대부품군에서는 감소했다. 사내하청·협력업체는 유지부품군과 확대부품군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정리하면 내연차 공정의 정규직은 감소했고, 미래차 공정에서는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미래차 부품 개발·생산 계획을 세울 때 노사공동 결정한다는 답변은 3.7%에 불과했다. 노사협의를 한다는 답변이 56.8%였다. 사전 통보 없이 회사가 결정한다는 답변(16.0%)과 사전통보 후 결정한다는 답변(16.0%)을 합하면 노조가 의사결정 과정에 배제되는 비율이 32.0%에 이르렀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황선자 연구원 부원장은 “기업 차원에서 노조는 미래차 전환이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작업공정의 변화 등 사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조치를 교섭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도 미래차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노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전환에서도 윤석열 정부 ‘노동배제’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발제에서 노조와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산업전환 과정에서 부품사는 품질향상·제품혁신·에너지 전환 압박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력·기술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부품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이 사회적 대화로 해법을 찾는 것과 대조적이다. 모든 사회 정책에서 노조를 배제하는 정부 행태가 산업전환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장은 노조라도 먼저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연맹과 지역본부 차원에서 노동의 관점에서 산업전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중소부품사 노조의 전환전략을 지원하는 전환팀을 구성하자”며 “신사업 부문에서 노조를 조직화하고,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큰 정부를 요구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구조조정 대비 고용안정기금 조성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는 김종남 한일튜브노조 위원장, 한훈회 에이치그린파워노조 위원장,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산업전환에서의 노조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