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노동존중사회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던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운운하며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하자, 국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를 밀어붙였습니다. 최저임금 문제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됐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저임금 노동자 생계와 직결된 최저임금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입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28일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합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정부와 국회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최저임금이 올라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월급봉투 두께는 그대로인 황당한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공을 들인 노정관계도 얼어붙었습니다. 두 말할 필요 없이 사용자 쪽에 기울어진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른바 ‘노동계 패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월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와 국회는 노동계를 무시했습니다. 노동계는 정부와 국회가 조율한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번번이 노동계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존중’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주 <노동N이슈>는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미리 살펴봅니다.
포괄임금제는 법에도 없는 ‘임의의’ 제도입니다.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임의로 약정한 고정수당을 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짜 야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정부가 이참에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언론 등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노동자들은 그동안 포괄임금제 때문에 못 받은 3년치 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이 대목입니다. 사용자 주머니 지키기에 나선 정부가 또다시 엉뚱한 해법을 내놓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계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조삼모사 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시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이라도 노동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아올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두 번의 ‘노동계 패싱’을 반면교사 삼아, 노동계 스스로 사회적 발언권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노동시장 약자들에 대한 이해대변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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